남편은 여행 가기 전에 딱 하나만 봅니다. 날씨 앱. 그것도 기온 말고 풍속만 봐요. 링크스 코스는 바람이 반이라나 뭐라나. 7월 중순에 나트랑 3박4일 골프를 가기로 하고 나서부터는 아침마다 "오늘 깜란 바람 5미터래" 이러는데, 아직 출발도 안 했는데요.

코스는 KN 골프링크스 하나만 두 번 돌기로 했어요. 이 코스 저 코스 찍고 다니는 것보다 한 코스를 제대로 알고 싶다는 게 남편 지론이고, 저는 하루는 바다에서 놀고 싶었고. 일정은 티그룹(TGROUP)이라는 데 맡겼는데 차량이랑 티타임, 호텔까지 한 번에 정리해 줘서 우리는 진짜 날씨 앱만 봤습니다.

위에서 본 KN 골프링크스 — 모래언덕 사이로 페어웨이가 지나갑니다
위에서 본 KN 골프링크스 — 모래언덕 사이로 페어웨이가 지나갑니다

나흘간의 (체감) 일기예보
숫자는 남편 폰에 찍혀 있던 걸 대충 옮긴 거라 오차 있음

DAY 1
32°
바람 3m/s
도착 · 해변 산책
DAY 2
33°
바람 5m/s
1라운드 · 공 밀림
DAY 3
31°
바람 4m/s
2라운드 + 시내
DAY 4
30°
바람 2m/s
바다 · 샌딩

첫날은 깜란 공항에 내리니 기사님이 이름 들고 서 계셨고, 시내 호텔까지 40분 정도. 체크인하고 해변 한 바퀴 걷고, 저녁은 해산물집으로 갔어요. 게 한 마리를 통으로 시켰는데 남편이 "이거 서울이면 얼마게" 하면서 사진만 다섯 장 찍었습니다.

첫날 저녁상. 게 앞에서는 골프 얘기가 잠깐 끊깁니다
첫날 저녁상. 게 앞에서는 골프 얘기가 잠깐 끊깁니다

둘째 날, 1라운드. 새벽 다섯 시 반 기상은 몇 번을 해도 적응이 안 되는데, 차에 타면 또 금방 갑니다. 코스는 그렉 노먼 설계라는데 저는 설계자 이름보다 눈앞의 모래언덕이 더 급했어요. 페어웨이 옆이 러프가 아니라 그냥 사구(砂丘)예요. 오전인데도 바닷바람이 제법 있어서 어프로치가 자꾸 밀리는데, 그건 바람 탓이 아니라 제 탓이 맞습니다. 같은 바람에서 남편은 잘만 치더라고요.

캐디 언니가 그린 라인을 짚어 주는 게 신기할 정도로 잘 맞아서 후반엔 퍼팅이 좀 살았어요. 라운딩 끝나고 클럽하우스에서 먹은 점심이 또 은근 맛있어서, 둘 다 말없이 그릇만 비웠습니다.

해질 무렵의 모래언덕과 그린 — 사진으로는 평화롭지만 제 공은 저 모래 어딘가에 있습니다
해질 무렵의 모래언덕과 그린 — 사진으로는 평화롭지만 제 공은 저 모래 어딘가에 있습니다

셋째 날, 같은 코스 2라운드. 같은 데를 또 가면 지겹지 않냐고들 하는데, 정반대였어요. 어제 저를 잡아먹은 홀이 어디였는지 기억이 나니까 클럽 선택부터 달라집니다. 남편은 어제보다 일곱 타, 저는 네 타 줄였어요. 물론 저는 줄일 타수가 넉넉하게 있긴 했습니다.

오후에는 시내로 나와서 포나가르 사원이랑 혼쫑곶을 반나절 돌았는데, 사원 계단이 라운딩보다 다리에 왔어요. 그래도 탑 위에서 내려다보는 강이랑 바다 색이 진짜 예뻐서, 골프만 치고 갔으면 아까웠겠다 싶더라고요.

이틀째 아침의 같은 코스. 어제랑 완전히 다르게 보입니다
이틀째 아침의 같은 코스. 어제랑 완전히 다르게 보입니다

마지막 날은 바람 2m/s. 남편이 "오늘 치기 딱 좋은 바람인데" 하길래 못 들은 척했습니다. 마지막 날은 골프 없이 해변에서 빈둥거리다가 카페 갔다가, 기념품 조금 사고 공항으로. 비행기가 늦은 시간이면 레이트 체크아웃을 물어봐 주니까 짐 때문에 애매하게 떠돌 일도 없었어요. 7월 한낮은 확실히 덥긴 한데, 바닷가라 그늘에만 들어가면 살 만합니다. 얼음물이랑 모자는 필수고요.

골프 없는 날의 나트랑. 이 날이 있어서 사흘 골프가 안 힘들었나 싶어요
골프 없는 날의 나트랑. 이 날이 있어서 사흘 골프가 안 힘들었나 싶어요

다녀와서 정리한 비용 메모

항목 메모
지상비 1인 70만원대부터(4인 기준) — 전용 차량 + 4성 호텔 3박(조식) + KN 2라운드 티타임까지 포함. 우리는 둘이 가서 조금 더 냈어요
캐디팁 18홀 기준 40~50만동, 현금 준비(환전 미리!)
항공 별도. 인천–깜란 직항 이용
참고 시즌·환율 따라 달라진다고 하니 예약 시점에 확인하는 게 정확합니다

KN 골프링크스는 27홀(파 108)이라 두 번 돌아도 조합이 달라질 수 있어요. 픽업·티타임·호텔을 단품으로 하나하나 맞추는 것보다 묶어서 가는 게 우리 같은 게으른 부부한텐 맞았습니다.

예약을 카톡으로 했더니 이런 대화가 남아 있는데, 우리만 그런 게 아니었나 봅니다.

guest review
guest review

"덕분에 좋은 골프장에서 라운딩하고 왔습니다. 다음에도 연락드리죠."

— 티그룹 실제 고객, 성함 비공개

넷이서 별점을 매기자면(남편, 저, 남편의 드라이버, 제 퍼터) ★★★★☆. 반 개 깎인 건 순전히 7월 더위 몫이고, 코스랑 일정은 흠잡을 데가 없었어요.

나트랑 골프 일정 짜는 게 막막하면 우리처럼 티그룹에 통째로 맡기고 날씨 앱이나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나트랑 코스별 정리는 여기에 모여 있어서 우리도 이걸 보고 골랐어요. 다음엔 남편이 빈펄 쪽을 노리고 있던데, 그건 그때 가서 또 바람 예보를 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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